언어는 발성의 상징적 사용이다.
언어는 개인, 문화, 생물의 영역에서 작용하는 진화적 적응 과정이다. 교통 문제는 자동차와 도로와 운전자의 상호작용에서 생겨나는 현상으로, 각각의 요소를 분리하면 존재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언어도 상호작용에서 생겨나는 현상이므로 개인과 문화를 분리하면 언어의 본질은 사라진다. 그리고 언어의 발음 과정은 발성기관의 진화와 관련되므로 개별 생물 종에 따라 다르다. 언어는 발성의 상징적 사용이다. 대부분의 동물은 의사소통을 위해 상징을 사용하지 못하는데, 인간만이 언어를 통한 대규모의 상징 사용이 가능하다. 동물은 발성으로 본능적 정서를 표출하며, 인간은 발음으로 상징을 표현한다. 인간 정신 작용의 핵심적인 기능은 상징의 사용이며, 상징의 기원은 사물과 사건을 지시하는 신체작용에서 시작한다. 동물의 발성은 정서적 기능에 머문 반면 인간의 발성은 감정표현에서 상징적 의미 전달로 발전했다.
찰스 샌더스 퍼스의 기호 이론에 의하면 지시작용은 세 단계로 구분된다.
첫째, 도상적 지시 단계다. 풍경과 풍경화의 관계가 이에 해당한다. 둘째, 지표적 지시 단계다. 교통 신호로 운전자에게 도로 상황을 지시해주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동물의 울음소리는 청각을 통한 지시 작용이다. 셋째, 의사소통을 위한 상징의 사용 단계다. 내면의 욕구를 표시하는 동물의 외마디 울음소리에서 발전하여, 인간은 발화의 상징적 사용을 통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그리고 인간에서 활발한 상징의 사용은 상황에 따라 구분된다. 비맥락적 상황에서 몸이 피곤하거나 감정을 분출할 때 내는 소리가 있다. '어휴', '휴', '에잇', '아하' 처럼 주로 짧은 외마디 소리는 몸의 상태나 정서를 표출하는 소리로, 어떤 대상을 향한 소리가 아닌 자신의 내면 상태를 표현하는 소리이다.
전대상피질에는 고통이나 격한 정서를 소리로 발음하게 하는 영역이 있다. 이 영역 덕에 대상과 맥락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단순한 구문에 의한 의사소통이 출현했다. "여기야, 그래, 아니야"처럼 주로 주의를 유도하거나 몸짓을 동반한 간단한 의사 표시 단계다. 동물의 경우는 꼬리를 흔들어 'yes'는 표현할 수 있지만 'no'에 해당하는 몸짓은 없다. 의사소통에 상징을 사용하는 단계에는 단어를 연결하여 구문을 만드는 능력이 필요하다. 구문 속의 단어는 일련의 상징 계열의 교차점에 해당한다. 즉 사물을 범주화하는 다양한 분류가 존재하고, 개별 단어는 여러 범주 분류를 함축하므로 대부분의 단어는 문맥에 따라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의사소통을 위해 발음을 상징 수단으로 사용하려면, 발음에서부터 선별적 명료화와 어형 변화 그리고 어순 조작 능력이 필요하다. 발음의 선별적 명료화는 말의 강세에 따라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달리하는 능력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속담이 이를 잘 나타낸다. 하나의 표준말에 다양한 방언이 존재하는 이유는 지역별로 발음의 강세가 다르기 때문인데, 말의 의미 강조는 강세변화에 실을 수 있다. 어형 변화는 구문을 형성하는 단어의 다양한 변화 양식이며, 문장변화, 동사의 시제 변화, 능동형과 수동형, 형용사형과 부사형 사이의 변화가 있다. 어순 조작의 경우, 영어는 주어와 동사의 위치 변화로 서술문에서 의문문을 만든다. 문장의 어순 변화는 명사, 동사, 형용사에 해당하는 단어의 문법적 범주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유인원에게 단어를 훈련시키는 실험은 일정 수준까지는 성공했지만 문장 생성에는 성과가 거의 없었다. 인간과 유인원의 발성의 차이는 기본 음소의 발음 능력 차이가 아니라 발음의 상징적 사용을 위한 어형 변화 능력에 있다. 어형 변화는 성대와 입술의 정확한 제어가 가능해야 한다. 단어의 발음을 넘어서 단어를 연결해 문장을 발음하는 능력은 인간에서 가능해진 새로운 기능이다.
동물이 발성을 단순 지표적 지시 작용을 넘어서 상징적 의사 전달 수단으로 사용하려면 먼저 상징적 지시 작용이 가능해야 한다. 동물이 상징을 사용할 수 없는 이유는 상징이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징은 인간사회에서 관습적으로 생겨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상징과 상징으로 지시되는 대상 간에는 그 어떤 물리적, 심리적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대상과 단어 사이에 관습적으로 형성된 지시 관계가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상징은 다른 상징들의 '맥락 속에서만 존재'할수 있으며 특히 상징들 간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상징을 표시하는 단어는 지각한 대상의 언어적 범주화이며, 다양한 범주화 계열들이 상호 교차하는 지점이다. 그래서 하나의 단어가 다양한 의미들을 연결하는 교차점에 위치하므로 언어의 다의성과 다층적 해석이 가능해진다. 단어 의미의 다양성은 단어 발음의 선별적 명료화와 결합하여 인간 언어의 무한대에 가까운 의미확장을 가져왔다. 결국 유인원과 인간을 구분 짓는 능력은 개별 단어의 발음이 아니라 구문 능력이다. 문장을 구성하는 구문 능력의 본질은 단어의 연결 순서와 그에 상응하는 뇌신경 회로의 진화다.
인간의 언어 능력을 뇌와 발성기관의 진화라는 관점에서 연구해온 리버만은 인간의 순서화 된 발음이 대뇌 기저핵의 운동 조절 능력에 의존한다고 주장한다. 구문 능력에서 어형과 어순의 변화는 입술과 혀 그리고 후두 근육들의 타이밍을 맞춘 운동 제어 능력에 의존한다. 이러한 순서화된 근육 운동은 대뇌 기저핵에서 담당하고, 기저핵의 운동 조절 기능 저하로 운동 실조증인 파킨슨병이 생긴다. 파킨슨병에 걸리면 운동을 시작하는 것뿐 아니라 일단 시작한 움직임을 멈추기도 어렵다.
운동을 시작하려면 여러가지 골격근의 순서화된 작동이 필요하다. 입술을 열고 닫는 순간을 기준으로 발음의 차이가 생긴다. 예를 들어 'b'의 발음은 입술을 열고 25밀리초 이내에 성대 울림으로 생성되며 'p'발음은 입술을 열고 25밀리초 이후에 생성된다. 이처럼 소리가 구분되는 현상은 발음 시작 시점과 관련되며, 단어의 발음에는 순서화된 활성이 핵심이다. 즉 구문 능력은 순서화된 근육 운동 체계의 적응 과정이다. 리버만은 고산 등반가들이 겪는 일시적 발음 실조와 파킨슨병처럼 발음 순서에 둔감해져 b와 p발음을 구분해서 하기 어렵다.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안전벨트를 매는 순서에 착오가 생기기도 한다. 발음이 둔해지는 현상과 복잡한 손 운동에 실수가 생기는 현상은 대뇌 기저핵의 절차 운동 생성과 관련된다. 결국 인간의 구문 능력은 대뇌기저핵의 순서화된 운동 능력의 진화에 의존한다. 대뇌기저핵에 운동영역과 입술 운동 영역이 중첩되어 있고, 도구를 만드는 순서화된 손 운동과 발음의 순차적 운동이 진화적으로 관련이 있다.
자음과 모음의 음소로 구성된 인간의 말소리에는 각각의 의미가 결합되는데, 단어의 의미는 베르니케영역 주변의 후측언어피질에 저장되어 있다. 그래서 일차청각피질에서 단어의 소리를 처리하고 그 소리에 대한 의미와 결합한 후, 의미가 결합된 단어를 발음하기 위해 베르니케영역에서 브로카영역으로 신경 흥분이 전달된다. 감각 언어 영역인 베르니케영역과 운동 언어 영역인 브로카영역은 궁상다발이라는 대규모 신경섬유 다발로 연결되어 있는데, 초기 영장류에서도 궁상다발이 존재한다. 전두엽에 위치한 브로카영역에서 단어를 구성하는 각각의 음소를 순서대로 발음하게 된다. 발음을 순서대로 하려면 후두와 혀 그리고 입술의 근육 운동이 정확한 시간에 조절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발성 구조에 대한 근육 운동의 순서 기억은 대뇌기저핵이 담당한다. 결국 별, 가을, 바다, 하늘, 사람, 진리, 마음 같은 아름다운 단어 하나하나의 발음속에 혀구강,연구개와 경구개, 인두와 후두, 식도와 기도, 폐와 비강, 가로사이막과 복근, 가로막과 흉곽막 진화의 기나긴 서사시가 새겨져 있는 것이다. 대뇌기저핵과 소뇌에 의해 적절히조절된 근육 운동 출력이 개별 단어의 어형을 변화시켜 '그랬구나','그렇군','그럴거야'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내면 상태를 표현하게 되고, 결국 현재에 종속된 감각에서 과거의 기억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시간 의식'이 인간이란 종에서 출현하게 된다. 또한 근육 운동 출력이 발음의 강도와 신간을 선택적으로 변화시켜 '잘 했다'와 '자알 했다'처럼 발음에 따른 의미 변화가 가능해졌다. 즉 인간은 단어의 발음 속에 다양한 감정을 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간의 발성은 단순한 사실 전달에서 미묘한 어감과 함축된 의미를 감정에 싣는 정서 교환을 가능하게 했고, 감정에 의한 기억의 공고화로 기억 능력이 크게 증가하게 되었다. 경고음을 내거나 격한 정서적 감정을 표출하는 개별 단어의 발성은 유인원도 가능하다. 하지만 단어와 단어를 연결하여 구문을 형성하는 동물은 인간뿐이다. 단어와 문장의 차이는 원자와 분자의 차이보다 크다. 인간의 의사소통은 대부분 문장 형태이며, 문장은 단어의 변형과 단어의 문법적 범주화가 선행되어야 가능해진다. 문장을 구성하려면 단어를 명사, 동상, 형용사, 접속사로 범주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영어 구문처럼 주어 + 동사 + 목적어 형식의 문장을 구성할 수 있다. 명사의 범주화는 감각입력 자극이 '무엇'인지를 처리하는 지각 과정에 사물의 언어적 대응이 결합해 생성된다. 결국 인간의 발성은 의사소통을 위한 상징적 발성이 되어 말소리가 되었고, 말소리에 대응하는 사물의 시각 정보 처리와 연결되면서 단어와 단어가 지시하는 사물이 대응관계로 연결되었다. 단어의 발음은 인간 몸 전체의 진화와 관련되며, 발화의 상징적 사용에 의한 문장 생성 과정은 인간의 인지 작용에 관여하여, 드디어 인간이란 현상이 지상에 출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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