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스스로 상태 조절의 문을 열고 닫는다.
뇌는 스스로 문을 열고 닫는다. 뇌의 상태는 신경세포가 분비하는 화학물질의 종류에 따라 바뀐다. 뇌는 낮에는 각성 상태, 밤에는 수면 상태로 작동한다. 신생아는 하루 동안 자동 스위치처럼 각성 상태와 수면 상태를 오가며, 자라면서는 낮과 밤의 주기에 따라 수면 시간이 밤에만 몰리게 된다. 수면 상태도 비렘수면과 렘수면의 두 가지 상태로 구분된다. 비렘수면은 렘수면이 아닌 수면 상태란 의미다.
하루 동안 뇌는 가성, 비렘수면, 렘수면의 세 가지 상태를 순환한다. 각성상태가 비활성화되면 뇌가 휴식하는 비렘수면 상태가 된다. 비렘수면의 3단계와 4단계는 주로 저주파의 높은 전압파인 델타파가 많이 나와서 서파수면이라 한다. 깊은 잠에 빠진 상태인 서파수면에서 다시 점차 잠이 얇아지면서 렘수면 단계로 전환한다.
렘수면을 켜는 스위치인 렘온(REM-ON)세포는 대뇌각교뇌피개핵과 등쪽외측피개핵에서 아세틸콜린을 생성하는 세포이며, 렘오프(REM-OFF)세포는 청반핵에서 노르에피네피린을 생성하는 세포들이다. 렘오프세포의 활성이 줄어들어 노르에피네피린 분비가 중단되어야 렘수면 꿈이 만들어진다. 청반핵의 노르에피네피린 생성 세포의 발화가 중단되면, 뇌는 렘수면 상태로 진합한다. 렘수면시 활성화되는 대뇌각교뇌피개핵과 등쪽외측피개핵 세포에 의해 생성되는 아세틸콜린은 기억의 연상 작용을 활발하게 하는 물질이다. 그리고 노르에피네피린은 주의집중을 유도한다. 청반핵에서 노르에피네피린 방출 세포는 렘수면시 거의 활동하지 않아 렘수면 꿈에서는 주의집중 상태가 사라진다. 렘수면과 비렘수면은 완전히 구별되는 다른 뇌상태다. 그래서 수면의 뇌과학은 렘수면과 비렘수면의 구별에서부터 시작한다. 렘수면과 비렘수면은 아주 다른 뇌의 상태이다.
수면과 각성 상태의 전환은 각성 중추인 청반핵, 솔기핵, 유두융기핵과 수면 중추인 복내측시삭전핵 사이의 억제와 활성에서 생긴다. 각성 상태에서는 전뇌기저핵과 그물형성테가 시상을 자극하고, 청반핵과 솔기핵이 복내측시삭전핵을 억제한다. 아세틸콜린을 분비하는 대뇌각교뇌피개핵과 외측등쪽피개핵은 각성시 솔기핵과 청반핵에 의해 어느 정도 억제되며, 렘수면에서는 이 억제가 해제되어 아세틸콜린 분비가 촉진된다. 비렘수면에서는 수면 중추인 복내측시삭전핵이 청반핵,솔기핵을 억제하여 대뇌피질의 활성도가 낮아진다.
뇌의 상태는 비렘수면 상태에서 활성도가 증가하면 렘수면 상태로 전환되고, 렘수면 상태에서 외부 자극을 처리할 수 있을만큼 활성도가 더 높아지면 각성상태가 된다. 각성 상태에서 뇌가 정보를 처리하느라 신경세포에 피로물질이 축적되면 뇌는 스스로 활동을 줄이는 상태인 비렘수면 상태로 바뀌면서 외부자극을 차단한다. 이처럼 비렘수면⟶렘수면⟶각성⟶비렘수면 상태로 전환하는 것을 뇌는 스스로 결정한다. 즉 뇌는 스스로 문을 열고 닫는다.
꿈을 주로 꾸는 수면은 서파수면의 입면 시기와 렘수면이다. 꿈은 렘수면시에 80퍼센트, 비렘수면인 서파수면시에 20퍼센트 발생한다. 렘수면 때는 외부 시각입력은 원래 존재하지 않는데, 그럼에도 시각 이미지가 생생하게 전개되는 이유는 연합시각피질에 저장된 시각 기억을 인출하기 때문이다. 렘수면 때 꾸는 꿈은 놀라움과 매 순간 바뀌는 움직임으로 가득한 내용이며, 서파수면때 꾸는 꿈은 시각 장면의 반복이 흔하며 이야기로 엮이지 않는다. 낮 동안에는 관심의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면서 정신 활동이 진행된다. 반면에 렘수면 때 꾸는 꿈에서는 등장하는 장면에 따라 주의가 분산된다. 변화하는 꿈 내용에 따라 주의가 분산되지만 아세틸콜린의 작용으로 꿈에 등장하는 기억 단편들이 신속히 연결되면서 꿈의 짧은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꿈 이야기의 소재에 제한이 없는 이유는 렘수면 꿈에서 해마와 신피질의 연결이 약화된 상태에서 기억이 제한없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전 기억들의 흔적을 지니고 있는 해마는 신피질과 연결됨으로써 각성시에는 작업기억 영역인 배외측전두엽에 기억 저장 장소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주는 지시 기능을 한다. 그런데 렘수면 꿈에서는 이러한 연결이 단절되어 사건기억 저장 주소를 알려줄 수 없다.
* 렘수면 꿈에서는 생생한 정서의 시각적 상영이 빈틈없이 진행된다.
낮 동안에도 주의가 산만해지면 상상과 공상이 제한없이 펼쳐진다.
각성시 주의력 분산은 일시적이지만, 꿈에서는 주변 상황을 매 순간 지각하더라도 꿈속장면이 신속히 바뀌어서 지속적 주의집중이 드물다. 노르에피네피린 작용 여부에 따라 주의집중과 논리적 사고가 가능한 각성 상태와 순식간에 바뀌는 장면으로 연결된 시각적 사고가 주도하는 꿈 상태가 구분된다. 낮 동안에는 감각의 폭주와 목적 지향성 덕에 뇌는 각성된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나 낮 동안에도 목적 지향성이 사라진 멍한 상태는 상당히 빈번한데, 이때 뇌는 주변 상황에 무관심한 상태가 된다. 각성 상태에서 논리적 생각과 감각입력을 제거하면 렘수면 꿈상태와 비슷해진다. 논리적 생각이 없는 뇌 상태는 쉽게 발생하지만 감각입력 차단은 쉽지 않다. 그래서 꿈과 각성 상태의 차이점을 살펴보려면 새벽에 잠에서 깬 상태로 침대에 누어서 방금 꾼 꿈과 각성 상태를 비교하는 사고 실험을 면밀히 진행해야 한다. 깜깜한 방에서 그냥 누워서 자유롭게 생각을 놓아버릴때 전개되는 뇌의 과정은 렘수면 상태와 유사하다. 아무런 논리적 전제 조건이 없으면 뇌가 인출하는 기억에 제한이 없어지고 떠오르는 생각들이 매 순간 맥락없이 변화한다.
자유로운 생각의 흐름과 렘 상태 꿈은 주의집중이 사라진다는 점에서는 같은 현상이지만 자유연상중에는 멍한 상태가 많은 반면에 렘수면 꿈은 생생한 정서의 시각적 상영이 빈틈없이 진행된다. 꿈에서는 분노와 공포가 주된 정서이며, 공포감을 일으키는 감적적 상태가 먼저 생성되고 그 상황에 부합 하는 기억단편이 활성화된다. 그래서 꿈에서는 꿈의 내용과 정서가 부합된다. 꿈에서는 내측전두엽, 편도체, 해마, 해마방회, 전대상회가 활발히 동작하고, 그중에서 전대상회와 편도체가 특히 활발하다. 꿈에서 활성화되는 영역은 주로 감정 관련 영역으로, 꿈에서는 전전두엽 대신 정서 담당 영역이 핵심역할을 한다. 꿈에서 전개되는 시각적 장면들은 연합시각피질에 저장된 기억과 관련된다. 그리고 렘수면 꿈에서는 전전두엽의 활성이 약해지며, 그 결과 꿈의 특징인 불연속성과 기질정신증후군이 나타난다.
꿈 내용은 시간, 장소, 사람, 행동이 수시로 바꾸어 이야기의 구성 요소가 계속해서 변한다. 꿈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와 시간이 혼란스럽게 바뀌는 이유는 시간적 순서를 생성하는 전전두엽이 거의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꿈의 내용은 원인과 결과가 논리적으로 연결된 긴 이야기는 거의 없고 서너 개의 에피소드가 신속히 전개 될 뿐이다. 꿈에서 맥락적 이야기 대신 짧은 에피소드가 전개되는 이유는 렘수면시 대뇌피질의 장거리 연결이 단절되고 주로 국부적 신경회로만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앨런 홉슨에 의하면 대략 25분정도 지속되는 렘수면 동안 다섯개 정도의 꿈이 전개될 수 있다. 따라서 꿈 내용에서 원인과 결과의 맥락적 연결은 한 개의 꿈 이야기 속의 몇 개 장면 이내에만 가능하고, 다른 이야기로 전환되면 이전과 맥락 없는 장면이 나타난다.
논리적 사고는 전전두엽이 시간과 장소에 적합한 기억들을 순서대로 인출하여 연결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으로, 여기에는 해마의 기억 흔적 조절 작용이 필요하다. 꿈의 기질정신증후군으로는 환각, 작화, 기억상실, 그리고 방향감각상실이 있다. 감각입력이 없는 상황에서 동작하는 지각을 환각이라 한다. 감각 입력 없이 전개되는 시각 기억이 꿈의 주된 내용이기 때문에 꿈은 환각과 같다.
낮 동안 내면 상태에 몰입하면 외부감각의 입력이 지각을 촉발하지 않아서 기억에만 의존하는 뇌 작용이 전개되어 생각의 흐름이 생긴다. 그래서 생각과 꿈은 기억을 재료로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며, 외부 자극을 참고하지 않고 기억만을 사용한 뇌가 스스로 상연하는 내면세계의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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