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뇌 과학

세계의 존재는 우리의 신경계가 만든 내면의 표상

by 착한부자 Jun 2022. 9. 28.

 

 

해마와 편도는 연합피질에서 감각입력을 받는다.

대뇌피질은 정수리 부분의 중심 고랑을 기준으로 앞쪽은 일차운동피질과 연합운동피질 그리고 뒤쪽은 일차체감각피질과 연합감각피질이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다. 시각의 경우 색깔, 형태, 모양, 움직임이 결합하여 대상에 대한 시각의 연합감각이 만들어지고, 이로써 시각적 지각이 시작된다. 연합청각과 연합촉각이 연합시각과 결합되어 생성된 다중감각양식의 지각 정보가 해마 회로에 입력된다. 즉 해마에서는 시각, 청각, 촉각이 서로 결합하여 대상과 공간에 대한 맥락적 기억이 형성된다. 연합감각은 대뇌 감각연합피질에서 만들어진다. 일차체감각피질에는 신체 각 부위의 촉각민감도에 비례하는 신체 표면의 지도가 존재하고, 일차운동피질에도 운동의 정교함에 따라 크기가 정해지는 운동 지도가 배열되어 있다. 해마는 일차감각피질 및 일차운동피질과 거의 연결되어 있지 않고 연합감각피질과 상호연결되어 있다. 일차감각과 일차운동피질의 신경세포들은 모듈 형식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연합피질은 모듈성이 약해지고 상호 그물망 형태로 연결되어 있다.

 

일차피질의 지도화된 배열과 모듈식 구성은 태어나면서부터 유전적으로 정해지는 인간 고유의 신경연결이다

 물론 시각과 청각의 장애와 집중적인 훈련이 일차피질을 변형시키지만 대부분의 경우 일차피질의 기능별 영역은 비슷한 형태다. 반면에 연합감각피질은 해마와 연결되어 우리가 경험하는 사건들을 기억하게 한다. 대뇌피질은 인간이라는 종 고유의 감각적 특질을 보존하는 일차영역과 새로이 학습하는 기억을 저장하는 연합피질로 구분된다. 개나 고양이의 일화기억은 매우 빈약해서 10분이상 지속하기 힘들지만 인간은 수십 년 전의 일들을 기억해낼수 있다. 일화기억이 반복되어 의미기억으로 범주화되고 의미기억이 더 강화되면 절차기억으로 전환될 수 있다. 따라서 일화기억은 인간 기억의 기본 재료다. 인간에서 가능해진 일화기억으로 평소에 지난일들을 회상하게 되면서 개인의 정체성이 생겨난다. 즉 자신의 자전적 일화기억을 매 순간 인풀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개인적 자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간은 지난 경험 기억을 바탕으로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 반면에 동물은 사건기억이 약해서 사건이 전개되는 바탕인 시간의 흐름에 대한 감각이 빈약하다. 

그래서 뇌과학자 제럴드 에델만의 표현대로 동물에게는 '기억된 현재'만 존재하며, 그 때문에 동물의 행동은 감각입력에 대한 즉각적 반응이 대부분이다. 동물은 사건기억을 통한 시간 의식이 약해서 기억을 반영한 행동이 아닌 감각입력에 대한 반응으로 즉각적 동작을 하게 된다. 즉 동물은 감각에 구속된다. 해마의 작용으로 '기억'이라는 능력을 만들어낸 인간은 과거 기억을 바탕으로 현재의 행동을 선택하고, 행동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해마에서 맥락적 기억을 형성하는 과정은 해마에서 공간에 배치된 사물과 시간 순서로 연결된 사건에 대한 '패턴 분리'와 '패턴 완성'으로 진행된다.

 

사물의 구별 가능한 개별 패턴을 단어로 지시하는 대응 관계를 만드는 것은 대뇌의 언어 영역이다. 결국 인간의 일화기억은 지각으로 범주화 된 대상을 출현시키고, 그 대상의 언어적 표현에서 의미가 생겨난다. 언어의 출현으로 구분된 대사을 단어로 지칭하게 되고, 단어는 필연적으로 의미를 갖게 된다. 왜냐하면 대상의 구별자체가 바로 대상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일화기억이 약한 동물은 감각에 구속되고, 인간은 의미에 구속된다. 의미기억의 언어적 표상으로 출현한 '의미'가 인간 행동에 반영되면서 인간을 의미를 추구하는 목적지향적 동물로 만든다. 결국 감각이 제시한 단서를 해석해내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지각 과정이 출현하고 해마를 통해 지각이 공고해져 기억이라는 현상이 출현하게 된 것이다.

 

 

* 우리가 참여하는 세계는 신경계가 만드는 아름다운 속임수다.

 

감각과 지각의 상호관계는 인간관계보다는 상관관계에 가깝다.

감각이 지각을 촉발하기는 하지만 지각의 처리 과정은 독립적이다. 감각에는 양식, 영역, 강도, 지속시간이라는 속성이 있다. 시각은 빛 에너지, 청각은 소리의 압력, 후각과 미각은 분자의 운동에너지를 처리한다. 개별 감각에는 대상이 되는 고유한 에너지의 양식이 있다. 감각 영역은 감각 양식에 따른 에너지를 접수하는 신체부위이며, 시각은 망막, 청각은 달패이관, 촉각은 피부가 이에 해당한다. 감각은 환경에서 오는 에너지의 변화이므로 강도와 지속 시간이 존재한다. 감각 단서에 의해 촉발되는 지각에서는 감각처럼 고유한 속성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ㄴ다. 왜냐하면 지각은 수억 개가 넘는 신경세포의 상호작용으로 엮어져가는 구성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지각을 구성하는 방식은 이전의 기억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지각은 개인마다 독특한 창의적 과정이다.

 

감각은 전용 선로를 타고 전달되며, 중간에 감각 중계소가 있고, 대뇌피질의 일차감각영역에 도달하면 감각 흥분이 순서대로 배열된 지도를 구성한다. 일차감각피질에서 연합감각피질로 신경자극의 정보 처리가 계속 진행되면 점점 더 많은 자극들이 합류되고, 상호 양방향 연결이 다중화되며, 관련되는 신경세포의 연결이 확산되고, 감각이 의식화되어 지각이 생긴다. 시각의 경우 일차시각피질에서 신호 처리 과정은 의식되지 않는다.시각의 측두엽 흐름이 진행되어 하측두엽의 중간 피질인 V4영역에 도달하면 색채와 형태의 항등성이 생성된다. 일차시각피질에서도 색채의 기본처리 과정이 진행된다. 하지만 일차시각피질에서는 색채 항등성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즉 조명의 색깔에 따라 물체의 색이 바뀔때, 뇌가 색채의 항등성을 만들면 조명 받은 빛과 무관하게 사물은 고유한 색을 갖게 된다. 이것은 뇌가 만든 속임수다. 왜냐하면, 사물의 형태와 색은 반사되는 빛에 결정되므로 조명에 따라 색이 달라져야 하는데, 색이 일정한 이유는 우리 뇌가 사물 각각에 고유한 색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자연의 물리법칙마다 뇌 속에서 생성된 지각에 의존하는 방식이 동물의 생존확률을 더 높인다. 색채의 항등성은 지각의 항등성으로 더 확대되며, 지각의 항등성은 지각의 범주화를 생성한다. 지각이 범주화되면 자극에 대한 반응도 개별 자극의 일반적 속성을 따르게 되어 행동의 범주화가 생기게 된다. 결국 지각의 범주화는 행동의 일관성을 가능하게 해준다.

 

색깔이라는 현상도 자연에 존재하는 본래의 속성이 아니고, 뇌가 빛의 주파수를 '색깔'이라는 지각으로 '만든'것이다. 색채와 형태의 항등성은 자연의 속성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내면의 표상이다. 환경에서 입력되는 에너지 흐름이 생체에 입력되어 대뇌피질로 전달되어 처리되는 과정이 감각이다. 비유하자면 요리를 하기 위해 음식 재료를 모아 놓은 상태가 감각이라면, 재료에 물과 양념을 넣고 적당히 불로 요리를 만드는 과정이 지각이다. 지각은 자연의 반영여 아니라 생존 가능성을 높이려는 뇌의 작용이다. 그래서 지각은 생존에 도움이 된다면 물리법칙과 상관없는 현상도 만들어낸다. 한 사물이 여러 다른 사물이 된다면 한 사물에 대한 일관된 반응은 힘들어진다. 그래서 인간의 시각은 지각의 항등성을 획득하여 한 사물을 다양한 조명과 다른 각도에도 보아도 동일한 사물이라는 지각을 '만들어'낸다. 지각의 항등성은 지각이 범주화된 결과이며, 지각이 범주별로 구분되어야 행동의 일관성이 생긴다. 일관된 행동의 진화는 목적지향적 행동을 낳으며 그것이 고도의 적응적인 인간 행동이 출현하게 된 바탕이다. 그래서 지각은 자연의 상태아가 아니라 우리의 상태다.

 

시지각의 항등성이 획득되는 하측두엽에서 시각정보의 흐름은 계속해서 전전두엽과 내측두엽의 해마로 입력된다.

전두엽과 해마로 진행되는 단계부터 지각 정보의 처리는 '기억'이라는 새롭고 놀라운 현상을 출현시킨다. 특히 경험한 사건을 수십년 동안 기억하는 일화기억은 인간 뇌의 고유한 능력이다. 기억과 지각은 구분되기 어렵다. 왜냐하면 지각 그 자체가 기억이며, 기억이 매순간 갱신되는 현상이 바로 지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각되는 것은 기억되며, 기억은 지각된다. 동물이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을 만나면 회피 반응과 더불어 그 상황이 정서적으로 각인된다. 정서적 각인은 강한 지각 반응이 응고된 상태이며, 장기기억이 된다. 위험한 상황을 겪은 장소와 사물에 대한 정보의 지각 처리가 해마에서 진행될 때 편동체에서 해마로 분비되는 노르에피네피린의 작용으로 지각 과정이 공고화되어 장기기억으로 전환된다.

 

새로운 기억이 이전의 기억과 결합하는 부호화 과정과 단백질의 합성으로 장기기억으로 전환되는 공고화 과정은 해마와 전전두엽이 상호연결됨으로써 진행된다. 공고화 과정으로 감각연합피질에 기억이 저장된 후에는 더 이상 해마가 관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해마에서 연합피질로 이동한 기억의 흔적들을 해마가 조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억이 인출되는 과정에서 다시 해마가 관여한다. 해마는 신피질에 기억이 옮겨진 후에도 그 기억과 연결된 흔적을 갖고 있어 인출 단서를 만나면 전전두엽과 함께 작용하여 기억 전체르 회상할 수 있다.

 

해마는 경험한 사건을 기억으로 만든다. 사건을 구성하는 장면은 배경 장소와 사물로 구성되며, 공간적 시지각이다. 

시각 처리 과정의 결과 일정한 형태를 갖는 사물이 주변 공간의 변화하는 윤곽인 배경에서 분리된다. 일차시각피질의 신경세포들은 방향이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분리된 선분'에 민감하다. 연속되지만 방향이 변환하는 선분이 바로 사물의 윤곽선이 된다. 선분이 다양한 방향으로 흩어져 있는 경우 우리는 어떤 형태를 감지하지 못한다. 그러한 분산적인 선분의 혼란속에서 인접하며 동일한 방향을 갖는 선분의 집합은 쉽게 사물의 윤곽선으로 드러난다. 배경을 구성하는 선분에서는 일정한 경향을 찾기 어렵지만, 전경을 구성하는 사물의 윤곽선은 유사, 근접, 연속이라는 속성을 가진다. 시각에서 형태의 항등성이 만들어지면 사물의 고유한 범주화된 표상이 생겨난다. 해마에는 개별 사물에 대한 지각 정보가 연속으로 입력되므로 사물 지각정보의  패턴을 공간적으로 분리해야 하며, 사건을 시간적으로 구별해야 한다. 사건들의 시간적 구별은 전전두엽ㅇ이 생성하는 시간의식이 처리한다.

 

패턴의 분리는 해마의 치상회에서 만들어지면, 인간 기억에는 단편적 정보로도 전체 기억을 회상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 

부분적 단서에서 완전한 기억이 회상되는 현상을 패턴 완성이라 하는데 이는 해마암몬각에 존재하는 CA3피라미드세포의 작용에서 생겨난다. 해마의 주요 구성 요소는 치상회를 구성하는 과립세포와 암몬각에 존재하는 CA1과  CA3피라미드 세포다. 과립세포의 축삭은 CA3 신경세포의 수상돌기와 시냅스하고,  CA3 신경세포의 축삭은 CA1신경세포의 수상돌기와 시냅스한다. 그리고 CA3의 출력의 일부는 자신으로 피드백하여 CA3로 다시 입력된다. 자신의 출력이 다시 입력되어 만드는 신경세포의 연결회로가 바로 '기억의 회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