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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과학

의미기억과 일화기억

by 착한부자 Jun 2022. 9. 26.

 

자전적 일화기억이 매 순간 우리의 자아를 만들어내고 있다.

 

개나 고양이는 사건기억이 거의 없다. 사건기억이 약하니 애완견에게 어제가 어떠했는지는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

동물에게는 감각에 자극된 짧은 순간의 현재만 존재한다.호랑이의 눈빛이 불타는 것은 돌출한 현전성 때문이다. 감각에 구속된 야생동물의 눈은 현재만이 존재하는 시간의 단편을 본다. 기억이라는 애매하고 복합적인 기능이 인간 뇌에서 생겨나 시간에 대한 의식이 출현한다. 대뇌피질이 진화하면서 감각입력을 직접적으로 처리하는 일차감각피질 부근에 감각을 연합하는 연합피질이 확장되었다. 그리하여 대략 200만년 전에 대뇌피질의 면적은 두 배나 증가했다. 시각, 청각, 체감각을 연합하는 특정 뇌 영역으로 신경자극이 유입되면서 감각입력의 흥분된 흔적들이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현상이 생겨났다. 경험한 사건을 기억하게 된 것이다. 매일 이동하는 원시인에게 위험한 장소를 기억하는 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능력이었다. 어떤 장소에서 경험한 위험한 사건은 기억되어야 한다. 그래서 사건기억은 중요한 뇌 기능이다. 인간은 숫자를 기억하여 정량적 사고를 하고 문자를 기억하여 언어 생활을 한다. 한 부족에서 공유된 기억은 신화와 역사를 만들며, 공유할 수 없는 자서전적 기억은 개인의 추억을 만든다.

 

'마당이 모래사장과 맞붙어 있었다. 바람소리 무서운 겨울 밤바다는 끝 모를 컴컴한 호수였다. 아침에 문을 열면 노 저어가는 조그마한 목선이 보이고 두꺼운 솜이불속에서 보는 동해는 문지방 높이로 찰랑거렸다. 초등학교 3학년 봄소풍 가던날 아침 큰 파도가 모래사장을 넘쳐서 부엌까지 몰아쳤다. 그래서 아침밥을 할수 없어 도시락 없이 소풍을 간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시절 소풍은 삶은 달걀과 김밥 먹는 즐거움이 기억난다. '

 

모두가 지나고 나면 한 가닥의 이야기일 뿐이다. 계속 회상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저장되는 순간부터 기억도 나이를 먹는다. 어제의 기억, 일 년 된 기억, 그리고 수명이 다해 사라진 기억이 있다. 그렇다. 기억은 봄 아지랑이처럼 아련히 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누구나 기억처럼 왔다가 가버린다. 

 

기억을 이해하면 우리는 감정, 언어, 의식을 뇌과학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기억은 오랫동안 밝혀지지 않은 뇌 작용이었으며, 한동안 행동심리학에서는 기억이라는 용어를 일부러 회피했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뇌과학에서 집중적 연구가 수행된 분야가 바로 기억이다. 기억 관련 뇌 연구는 해마라는 뇌 영역에 집중되었다. 왜냐하면 해마에서 우리 삶의 전 과정이 이야기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지난날을 회상하는 자전적 일화기억이 바로 매 순간 우리의 자아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억은 인간이라는 현상의 본질이다. 구석기 시대의 인간은 자신의 기억을 뇌외부로 꺼내 바위에 새기면서 중요한 기억을 공유하였다. 감정, 느낌, 생각이 모두 기억이 반영된 뇌 작용이며, 자아도 자전적 기억의 회상에서 생성된다. 자연 현상을 기록하는 데서부터 우주의 기원을 과학으로 이해하기까지의 긴 여정이 가능했던 것은 문자로 표현된 기억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사람들 사이에 공유된 덕이다. 공유되고 소통되는 인간의 기억이 사회와 문화를 만들었다.

그래서 인간 뇌에서 기억이 생성되고 저장되고 표현되는 과정을 공부하는 것은 모든 학문의 바탕이 된다.

 

인간 기억을 과학적으로 공부하려면 생화학, 생리학, 세포생물학, 분자생물학, 신경과학, 신경해부학, 인지과학, 생리심리학, 그리고 진화심리학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들 각 과학 영역이 협력하여 '인간이 생각한다'는 현상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지구라는 행성에서 출현한 인간을 이해하는 과정의 핵심은 인간 뇌가 생성하는 기억이라는 현상을 파악하는 것이다.

 

장기기억은 단백질이 생성되어야 가능하다. 신경세포 말단에 삽입된 단백질 채널이 기억의 출발점이다. 단백질 채널의 생성에는 유전자가 관여하며, 시냅스는 기억이 생성되는 구체적 실체다. 신경전달물질의 전달과정, 신경세포의 전기작용, 그리고 신경세포의 집단적 흥분현상을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기억이란 신경세포 집단의 흥분 현상이기 때문이다. 

기억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학문 분야는 다음과 같다.

 

행위 : 진화심리학, 인지심리학, 신경심리학

신경 시스템 : 신경해부학, 신경생리학, 비교신경해부학

신경세포 : 분자생물학, 세포생물학, 생화학

시냅스 : 유전학, 약리학, 단백질 공학

이온채널 : 분자세포생물학, 생화학, 분자진화학

 

지난 3,000동안 인간은 종교와 철학으로 기억과 의식과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려고 노력해왔지만, 대략적이고 정성적으로 심리상태를 설명했을 뿐이다. 세포 수준의 뇌 작용과 신경생리학적 이해는 거의 없었다. 위에 나열한 학문 분야는 대부분 생긴지 100년이 넘지 않았다. 지난 30년 사이에 밝혀진 뇌과학 연구 결과들이 지난 3,000년 동안 뇌에 관해 알아낸 지식보다 많을 것이다. 결국 인간 정신 작용의 이해는 현대 과학의 여러 분야를 공부하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다. 기억에 대해

이해하려면 먼저 어떤 종류의 기억이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기억을 공부한다는 것은 기억의 생성, 기억의 분류, 기억의 특성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기억마다 생성 과정과 역할이 다르다. 

 

기억의 분류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생물 분류가 계통분류학이라는 분야를 만들어서 아직도 발전하고 있는 것처럼,

기억의 분류에도 새로운 해석이 계속되고 있다. 그만큼 기억의 종류가 많다는 것이다. 뇌과학에서 기억 분류가 중요한 이유는 뇌 작용이 대부분 기억을 반영하고, 기억마다 생성 과정과 역할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꿈에서 일화기억이 인출되지 않고 의미기억이 주로 사용되는 현상은 꿈을 이해하는 핵심이다. 뇌 작용 공부는 기억마다 다른 특징을 구별하면서 시작된다.

 

우리는 단순히 기억이라는 단어 하나만 사용하기 때문에, 기억의 다양한 특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기억은 대뇌피질, 소뇌, 대뇌 기저핵, 해마가 관련되며 뇌 부위별로 담당하는 기억이 다르다. 기억은 세가지 측면에서 분류할 수 있다.

 

기억 생성 과정에 따른 분류 : 일화기억, 의미기억, 절차기억

역할별 분류 : 상태기억, 감정기억, 인지기억

기억 가변성에 따른 분류 : 절차기억, 신념기억, 학습기억

 

일화기억은 사건의 장면으로 구성된 기억이며, 의미기억은 주로 책을 통해 얻는 언어로 표현되는 기억이고, 절차기억은

습관화된 행동의 기억이다. 의미기억이 연속적으로 인출되어 연결되는 현상이 생각이다. 심리학 교과서에 널리 사용되는 기억의 분류는 일화기억, 의미기억, 절차기억이다. 언어로 의식되는 기억을 선언기억이라 하며, 선언기억은 사건기억과 사실기억으로 나뉜다. 사건기억은 해마에서 형성되고 대뇌피질에 저장된다. 저장된 후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의 일부가 사라지고 핵심요소만 남게되면 견고한 의미기억이 된다.